수잔 와이즈 바우어, 독서의 즐거움, 민음사, 2010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분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그렇다면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는 뭘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깊어지고 세계는 넓어집니다. 세상도 더 이해하게 되죠. 하지만 아무에게도 결과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 30분 동안 세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생각이 아니라 생산에 보상이 따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성찰이 아니라 성취로 칭찬을 받죠. 우리 사회는 여러분에게 더 빨리, 더 많이 일할수록 더 나은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아무리 "얕고" 무지한 정신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학구적인 태도로 자신이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하면, 감각이 발달하고 이해력이 최고로 높아진다.
18쪽
고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의 첫 번째 과제는 플라톤식 독서가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를 활동이 아닌 사상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줄 20분의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26쪽
...정보 수집과 독서는 똑같은 작업이 아니다. 신문이나 책에서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본격적인 독서에 몰두할 때와 똑같이 기계적으로 눈을 굴려 글자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두 경우의 정신 작용은 과정이 다르다. 독서를 하면 지혜가 자란다. 혹은 모티머 애들러의 말처럼 "계몽된다". [독서의 기술]에서 애들러가 밝힌 대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언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그저 아는 것이다. 계몽된다는 것은 그뿐 아니라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을 수집하는 것인 데 반해 계몽된다는 것은 하나의 생각(정의나 자비, 인간의 자유)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모아 온 사실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그 생각을 사용하는 것이다.
30-31쪽
기술력은 정보 수집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드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하지만 지혜를 모아서 수월하게 만드는 데는 별다른 능력이 없다. 정보는 밀물처럼 우리에게 밀려왔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31쪽
오히려 독서 일기는 외적인 정보를 취하고 기록하며, 비망록과 마찬가지로 인용하고, 자신의 언어로 요약문을 써 가면서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윽고 성찰과 개인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 일기를 쓸 때는 세 단계의 과정을 따라야 한다. 마음에 와 닿는 특정 어구와 문장, 문단들을 적는다. 그리고 독서를 마쳤을 때 다시 돌아가서 무엇을 얻었는지 간략하게 요약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반발 지점과 질문, 생각을 적는다.
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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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김정수 2011/11/17 16:50 # 답글
정보가 너무 많아서 탈인 세상이죠.책도 그렇고 신문도 모두 머리에 넣어햐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